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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역사 탐방(72)
중앙협회의 재건과 서울협회의 출발

1985년 5월 서울 오류동 럭비구장에서는 전국 춘계대회가 열렸다. 당시에는 중앙협회가 서울협회였고 따라서 서울대회는 곧 전국대회였다.
대구에서는 경북대와 계명대가 많은 기대를 가지고 출전을 하였지만 커다란 실망을 가진 대회가 된다. 대회가 끝이 난 후에 시상식도 없었다. 당시 협회 유화진회장은 사업이 어려워 회장직을 사임하였고, 김상엽 전무이사도 이제 그만두겠다고 말하고는 트로피도 없이 지난해 대회 우승기와 상장만을 전해주고 운동장을 떠났다. 대회가 파장된 운동장 한 쪽에서 필자와 황교일 성균관대 OB(63학번) 그리고 박영립 한양대 OB(65학번)가 협회의 수습 대책에 대하여 한참 걱정만 하다가 헤어졌다.

제 2회 코리안볼을 관전 중인 황교일회장 1987년 10월 효창구장

황교일회장의 취임과 회장단 회의
이해 여름 박영립선배는 서울지역의 OB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한사코 고사하는 황교일 선배를 설득하였다. 그러다가 마지못해 황교일 선배도 "박영립씨가 도와준다면"이라는 조건으로 중앙협회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당시에 협회는 KAFA로 부르지 않았고 단순히 중앙협회라고 불렀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중앙협회는 별다른 조직이 없었다. 단지 황교일 회장과 박영립 전무가 전부였다. 그리고 경기 심판으로 주원복선생님을 비롯한 고려대 서울대 한양대 OB들이 도와 주어 계절 별로 열리는 대회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가 있었다.
사실 그 당시의 중앙협회는 전국을 콘트롤하는 협회라기 보다 서울지역에서 대회를 주관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박영립 전무의 노력으로 다음 해인 86년 추계까지 중앙협회는 잘 운영이 되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당시의 중앙협회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86년 오류동구장에서 열린 전국 추계대회 중에 황교일 회장은 회장단회의라는 의결기구를 제의하였다. 중앙협회를 실질적인 전국협회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당시에는 매우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회장단회의는 황교일회장, 박영립전무, 부산의 강성봉고문과 최현두회장, 그리고 대구에서는 필자가 참여하여 초기에는 5명으로 구성되었다. 나중에 당연직으로 3개 지역 협회장, 중앙협회 전무 및 전임 중앙협회장 등도 맴버가 되었는데 이 회의에서 모든 안건이 결정되었고 의결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였다.
모두들 헌신적으로 참여하였고 자랑스러워했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에는 설득을 하며 양보를 하도록 하였는데 이 제도가 없어진 2003년까지 원만하게 운영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아마 모두들 미식축구를 사랑하였고 아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튼 1986년 추계 기간 중에 모인 회의에서 회장단 맴버들은 중앙협회에 힘을 모아 주기로 하였다. 특히 상회비로 지역협회에서 매년 일백만원씩 중앙회에 납부하는 제도도 결정하였다. 당시에는 상당한 금액으로 지금 가치로는 1,000만원 정도였을 것이다. 특히 대구협회에는 허리가 휘청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황회장은 회의를 매우 원만하게 운영하여 당시 회원들 간에 많은 존경을 받았다.
그러면 이전에는 이러한 회의체가 없었나? 한마디로 이것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86년 12월에 대구협회가 창립될 때는 모두 대구로 내려와서 다음달에 열릴 협회총회에 대한 마지막 조율하면서 단결력을 과시하였다.

1987년 1월 10일 일간지 황교일 회장 취임 일간 스포츠 기자 인터뷰

우리 미식축구협회 최초의 총회
1987년 1월 9일 오후 7시 부산역 오른쪽에 위치한 광장호텔에서 한국 미식축구 사상 처음으로 총회가 열렸다.

회장단회의에서 "협회의 정통성을 살리기 위하여 총회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결정이 있었다. 또한 당시의 관행인 중앙협회가 서울협회라는 인식을 지우고 서울협회도 이참에 별도로 독립하는 것이 좋다는 의결에 따라 87년 동계 시작 전에 부산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날 총회는 서울 부산 대구 지역에서 대의원 5명씩 추천하여 모두 15명의 대의원이 회장 선거 및 몇가지 안건을 승인하였다.
승인된 안건은 팀 창단, 국제회의 참가 결정 전국대회 결정 등을 모두 회장단 회의에 일임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서 회장단 회의가 공식적으로 힘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 총회에서 윤석후 서울대 OB(73학번)가 전무이사로 임명되었다. 윤석후 전무 서울대 73학번으로 센타로 활약하였고, 언론에도 미식축구하는 카이스트 박사로 보도되어 유명하였다. 윤전무는 황회장으로부터 다음의 강성봉회장에 이르기까지 가장 장수한 전무이사였는데 약 13년 정도로 추정된다. 후에는 TV 방송국에서 NFL 경기 중계 해설자로 명성을 날렸고 서울협회장 및 한국 식품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참고로 총회가 열린 광장호텔은 부산의 강성봉 전임회장이 운영하는 호텔이었는데 이 당시에는 협회의 많은 행사들이 이곳에서 열리곤 하였다.

2008년 SBS 에서 NFL 해설을 하는 윤석후박사

황교일 회장은 ?

이날 취임사에서 황회장은 미식축구의 전국적인 보급, 국제대회 활성화, 신설팀 장비지원 등을 위한 특별 기금 마련 등을 공약으로 발표하였다.

황교일 회장은 당시 우일양행이라는 무역회사를 경영하면서 탄탄한 재력을 모았었는데 성균관대 시절에는 리시버(앤드)에서 활약을 했었다.
이미 85년 가을부터 중앙협회장이었지만 서울협회장이라는 좁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황회장은 이번 총회를 시작으로 실질적으로 전국회장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서울협회는 이제부터 별도로 살림을 차려야 했다.

제 2회 코리언 볼 경기 전에 시축을 하는 항교일회장/1987년 10월 1일 효창구장

재임 중 많은 업적을 남기다.
황교일회장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미식축구 역사상 최초로 총회라는 의결을 거쳐서 회장으로 취임을 하신 분이다.
또한 재임 중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중에도 그 동안 중단 되었던 한일전 활성화, 신생팀 창단 등도 있지만 커다란 현안은 원만한 회의를 통하여 모든 일을 결정하였다. 특히 회장단 회의는 지역 별로 순회하면서 개최하여 균형적인 지역 협회의 발전을 꾀하였다.
특히 재임 중에 킥오프된 코리언볼은 한동안 서울 부산 대구가 서로 경쟁하는 미식축구의 커다란 축제였다.
또한 대구-경북협회에서 주관하는 미식축구 규칙 강습회를 적극 지원하여 우리나라의 미식축구 규칙의 재정립에 큰 업적을 이루었다.

박영립 중앙협회 전무이사 최근 사진

박영립 전무와 서울협회
87년 1월에 중앙협회 총회 이후에 박영립 전무는 서울협회 때문에 중앙협회 전무를 사양하였다. 그리고 서울협회의 재건을 위해 혼자 남아서 맨발로 뛰었다.
황교일 회장도 더 이상은 서울협회 회장이 아니어서 의지할 곳도 없어졌다.

당시 박영립전무는 서울협회의 회장직을 고사하며 다른 사람을 서울협회 회장으로 물색하였지만 마땅히 손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없이 87년 9월까지 회장겸 전무이사로 고군분투를 하다가 마침내 이전제 서울대 교수를 설득하여 서울협회장으로 영입한다. 이때가 87년 9월 말이었다. 이전제 회장은 70학번으로 서울대 농대에서 미식축구를 하였다. 이전제회장은 일본 도꾜대학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대에 발령을 87년 3월에 받고 처음으로 교수직을 시작했지만 박영립회장의 간곡한 청으로 이해 가을부터 2대 서울협회 회장으로 일을 하게 된다. 박영립회장은 다시 전무이사로 물러 앉아 실무를 맞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 박회장을 도와 주었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미식축구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한양대 후배 찐빵이라는 별명을 가진 배상국이 있었다.
배상국씨는 이 후에도 대구에도 경기가 있으면 내려와서 대회 기간 중에 미식축구 일을 도와 주고 우리들과 놀다 가곤 하였다.

그러고 보면 비록 원하지 않았지만 서울협회 초대 회장이 된 박영립 회장은 고교 시절에는 복싱을 하였고, 한양대에서 QB으로 활약했던 분이다. 손이 커서 그런지 볼을 참 잘 던졌다. 우리는 어려웠던 시절에 박영립회장의 개인적인 헌신과 노력 그리고 희생으로 지금의 서울협회 뿐 아니라 대한미식축구협회의 초석을 다진 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용자료
박경규: 택클을 돌파하라/대구경북 20년사)

일간 스포츠: 1987년 1월 10일 보도자료
개인면담: 강성봉(전 대한미식축구협회장)/최현두(전 대한미식축구 협회장 생전 증언)/박영립(전 대한미식축구협회 전무이사)

자료제공: 윤석후, 박영립 사진제공/박경규 개인소장 자료

역사편찬 감수: 김윤정 서울대 OB/ 노인환 전 사회인연맹회장
역사 편집: 경북대 미식축구부 감독/명예교수 박경규